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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프로그램_단기] 2017년 35기 월드프렌즈 청년봉사단 탄자니아A 감탄팀 - 단원 이수민
관리자 조회수:1830
2018-03-15 11:08:46

[흐릿했던 환상이 또렷한 꿈으로]

무작정 아프리카로 해외봉사를 가겠다고 마음 먹은지 11년 되는 해, 바로 월드프렌즈에 지원하였고 운이 좋게 합격하였다. 원하던 교육팀 팀장까지 맡으며 일은 수월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공부, 아르바이트도 하며 팀장으로서 완벽하게 일을 잘 해결해야만 한다는 책임감은 점차 스트레스로 바뀌었다. 시험기간 동안 촉박하게 교안의 초안을 작성했고, 밤을 새며 조원들과 교안을 작성하기도 하였다. 각 조의 것들을 취합하는 과정에서 의사소통의 문제도 생기자 점점 지치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이를 힘들다고 느끼는 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고, 우리를 기다릴 먼 타지의 아이들을 생각하자 다시 열정이 생겼고 설레기 시작했다. 이러한 오랜 기다림 끝의 일모리조 초등학교에서의 첫날은 아직도 생생하다. 이방인이 신기한듯 그들은 jambo를 외치며 우리에게 다가왔고 긴 머리를 만지며 많은 질문을 걸어왔다. 생각했던 것보다 아이들은 티 없이 맑은 하늘 아래 더 순수했고 맑았다. 함께 수업하고 장난치면서 경계의 눈빛은 돌연히 사라졌고 아이들은 점차 웃는 얼굴로 나를 대해주기 시작했다. 나의 이름을 부르며 하나씩 다가오는 아이들은 하나같이 다 맑았고 예뻤다. 대단하지 않은 나의 말 한마디에 귀기울여주고 우리가 준비해간 내용을 재밌어하는 아이들을 보면 피로도 눈 녹듯이 사라지고 다시 내일을 준비할 수 있었다. 숙소의 단수와 정전이 잇달아 힘든 육체였지만 다들 얼굴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페인트칠은 힘들 것 같아 가장 꺼려지던 봉사였지만 아이들과 정이 들며 차츰 생각은 바뀌기 시작했다. 수업환경이 조금이라도 개선이 된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었다. 깨끗해진 교실을 보며 우리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될 일모리조 초등학교의 단 한명의 학생이라도 존재할 수 있다면 행복했다.

마지막 날에는 아이들을 이제 못 본다는 생각에 눈물이 계속 나왔던 것 같다. 따뜻하게 해맑게 웃어주는 아이들이 나에게 해준 것에 비해 내가 그들에게 해준 것은 무척 작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모든 순간에서 하루하루 내 최선을 다했기에 이에 대한 후회는 없었다. 후회가 없을 만큼의 노력은 살아오면서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근데 이 노력이 이타적이고 자의적인데서 비롯되었다는 뿌듯함은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다. 투철한 봉사정신만을 갖고 시작한 것이 아니었고 버킷리스트이기에 그저 무작정 시작한 이 봉사는 많은 점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경제적으로 풍족해진 노후에 기부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은 달라지게 되었다. 노후가 아니라 첫출발부터 더불어 가는 세상을 위해 힘쓰는 것이 한번 사는 인생을 더 멋있게 사는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또 이들을 단기적인 돈으로써 돕는 것이 아니라 제도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중요하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따라서 학생으로 돌아간다면 공정무역에 대한 공부부터 다시 해볼 생각이다.

탄자니아에서의 12일은 내 인생의 어느 여행보다, 어느 시간보다 더 값졌고 더 빛났고 더 알찼다. Asante Tanz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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