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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프로그램_단기] 38기 월드프렌즈 필리핀 (We FEELippines U) 팀 - 이희은 단원
아델라 조회수:1215
2019-08-10 19:02:22

 

그리움이라는 양분

 

‘이희은’

 매직으로 삐뚤빼뚤 자신의 손등에 적었던 것이다. 피부에 좋지 않을 것이라고, 지우기 힘들 거라고 타일러도 아이는 멈추지않고 크게 내 이름 세 글자를 써내려가며, 내이름을 더 오래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봉사란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오던 내가 생각의 전환점을 가지게 된 순간이다. 봉사는 내가 가진 것을 나누는 것만이 아닌, 서로의 마음을 나눔으로써 함께 성장해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의 봉사관에 변화를 주었던, 아이들과 서로 마음을 나누었던 해외봉사의 경험을 소개해보려고한다.

 나는 필리핀의 보홀섬에 있는 까르멘 동부 중앙 초등학교로 2주간의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보홀섬에 도착해 학교로 향하는 순간까지도 나는 내가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으로 머릿속이 가득찼었다. 혹시나 아이들이 준비한 교안들에 잘 참여해주지 않으면 어떡하나, 말이 통하지 않음으로 인해 아이들이 나와의 소통을 포기해버리진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마음이 무거웠다. 하지만 학교에 도착하는 순간 걱정은 눈 녹듯 사라졌다. 버스 안의 우리를 보고 학교에 있던 아이들은 교실에서, 저 멀리 수돗가에서, 운동장을 가로질러 환하게 웃으며 뛰어오고 있었다. 아이들은 우리에게 인사 한마디 더 건내려 노력했고, 우리의 손등을 자신의 이마에 대어주기도 했다. 이 아이들의 밝은 미소에 보답하기위해서라도 더욱 최선을 다 해야하겠다고 다짐하였던 순간이었다.

 출국 전부터 내가 가장 기대를 가지고 있던 교안은 5,6학년을 대상으로 한 직업 교육 교안이었다. 아이들은 대부분 보홀섬안에서 자라왔고, 커서도 그곳을 잘 벗어나지 않아 직업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런 아이들에게 다양한 직업을 소개시켜주어 꿈을 가지도록 하고싶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직업 교육 교안은 우선 스튜어디스, 파일럿, 요리사, 운동선수, 가수, 간호사 같은 다양한 직업들을 상황극으로 보여줘 더 쉽게 이해하도록 하였다.

 혹시나 이미 알고있는 직업들이어서 지루해하진 않을까 걱정했지만, 아이들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우리의 행동하나하나 모두 집중하여 바라보았다. 그 후엔 부채에 직업을 가진 자신의 미래 모습을 그려보는 활동을 하였다. 내가 맡은 모둠의 한 아이는 스튜어디스 사진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스튜어디스가 하는 일에 대해서 물어보더니, 스튜어디스 복장을 한 자신을 예쁘게 그리고 나서 자신은 꼭 커서 스튜어디스가 될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교안을 구성하며 몇 번이나 다짐했던 아이들에게 꿈을 가지게 해주겠다는 나의 목표가 이루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던 순간이었다. 스튜어디스가 되어있는 자신이 그려진 부채를 보며 웃는 아이를 보니, 아이에게 소중한 꿈을 선물하고자 했던 나의 마음과 꿈을 가지게 되어 기쁜 아이의 마음이 통한 것 같아 행복했다. 또 기억에 남는 아이는 군인이 되는 것이 꿈인 아이였다. 사실 군인이라는 직업이 꿈인 친구는 나의 주변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기에, 왜 군인이 되고자 하는 지 궁금증이 들었다. 왜 군인이 되고 싶은 지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더니, 그 아이는 자신있게 자신의 가족들과 친구들을 지켜주고 싶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리고서는 “I’ll be your captain!”라고도 말해주었다. 자신의 사랑하는 가족과 나를 지켜주는 멋진 군인이 되기로 그 아이와 약속하였고, 수업 이후 나를 학교에서 마주칠 때마다 그 아이는 경례하는 듯한 포즈를 지으며 나와의 약속을 떠올리는 듯하였다. 앞으로도 나와 한 약속을 떠올리며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아이를 생각하니 마음이 벅차올랐다.

 내가 가진 재능과 지식을 나누어 아이들을 성장시키기 위하여 간 봉사활동이었는데, 내가 더 성장하게 된 기분이다. 아무것도 아니었던 내가, 아이들에게 소중한 사람이 되고 ‘maan celin’이라고 불리며 스스로에게 더 소중한 소중한 사람이 되었다. 내가 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주어 나 자신을 더 사랑하게 해준 아이들이, 아주 오랫동안 자주 보고싶을 것이다. 다신 볼 수 없을 수도 있음에 눈물을 흘렸지만 이제는 안다. 서로 마음을 나누었던 순간을 기억하며 그리워하는 마음을 양분으로 삼아 많은 하루를 더 힘차게 살아갈 것이라는 것을. 많은 사람을 사랑할 수 있었던 2주 덕분에, 나는 또 한 걸음 더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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