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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프로그램_단기] 38기 월드프렌즈 베트남C (하이꾸이) 팀 - 서영채 단원
관리자 조회수:2338
2019-09-18 14:01:25

‘난 너무 슬퍼’ 서툴게 돌린 번역기에 적힌 글자들이었지. 나는 촌스럽게도 너희 생각만 하면 자꾸 눈물이 나려고 해. 그렇지만 우리 안 울기로 서로 약속했으니까! 기억하자!

너희를 처음 봤던 건 희망특수학교 운동장이었어. 우리 반 친구들은 아니었지만 수줍게 서있는 모습에 내가 먼저 말을 걸었었지. 이 후로 날 볼 때마다 반갑게 뛰어와서 안아주던 너희를 기억해. 수화를 하나도 모르던 내가 너희와 조금이라도 대화를 해보려고 수화를 배우게 됐었어. 청각 장애 학생들에겐 ‘얼굴 이름’이 따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우리 같이 내 이름을 짓기도 했었잖아. ‘귀여운’을 뜻하는 볼을 살짝 잡는 얼굴 수화였지. 이 후로 날 볼 때마다 ‘귀여운 선생님’을 불러주는 게 아주 고마웠어. 도중에 내가 아파서 활동을 못 나갔던 날, 너희가 나를 찾았다는 이야기를 침대에 누워 들었었어. 아픈 와중에도 너무 감동이라 눈물이 나더라. 다음날 몸이 나아져서 학교를 갔더니 너희가 우리 반을 찾아와서 선물을 주고 갔었지. 작은 상자에 담긴 직접 접은 색색의 별들이었지. 아프지 말라고 말해주는데 어찌나 고맙던지. 이런 작은 마음들이 나를 너무 행복하게 만들어줬어. 정말로!

8월 04일, 우리 단원인 연지와 민혁이 생일이었어. 어떻게 알았는지 생일 파티를 준비해줬더라고. 연지와 민혁이가 너무 감동해서 펑펑 우는데 나도 눈물이 나서 혼났어. 정말로. 롤링페이퍼도, 너희가 준비한 선물들도 하나같이 정성이 가득 담겨있어서 정말 고맙고 사랑스럽더라. (솔직히 조금 부럽기도 했다?)

내 마음을 너희가 눈치 챘는지 교육 봉사 마지막 날 교실을 정리하던 나를 찾아와서 내 팔에 직접 만든 팔찌를 걸어주더라고. 이 편지를 쓰고 있는 지금도 내 팔에 걸려있어. 볼 때마다 너희 생각이 나. 어떻게 알았는지 내가 좋아하는 빨강, 노랑으로 참 예쁘게도 만들었어. 고마워 얘들아! 지금 생각해보니 난 특별하게 해준 것도 없는데 잔뜩 받고만 온 것 같아서 미안해. 내가 해 준 거라곤 예쁘다. 좋아한다. 사랑한다. 서툰 수화로 말해준 것 밖에 없는 것 같아. 이럴 줄 알았으면 수화라도 더 배워서 많은 말을 해줄 걸 조금 후회가 되기도 해.

사실 거듭된 교육봉사나 멘토링으로 나는 새로운 학생들을 만나는 것에 대한 기대는 없었던 것 같아. 이런 것에 익숙해지고 편해져서 늘 했듯이 자연스럽게 끝나겠지. 라고 생각했던 것도 있는 것 같고. 근데 너희는 나에게 조금 달랐어. 끝나는 것이 자꾸 아쉬워지고, 뭘 더 해줄 수 없을까 고민하게 되고, 받는 것이 벅차고 소중해지고. 앞으로의 내 미래나 진로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게 된 것 같아. 어떻게 더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을지, 어떻게 더 나누며 살 수 있을지 이런 것들 말이야.

마지막 헤어지던 날, 정말 안 우려고 다짐했었어. 근데 너희가 내민 휴대폰에 다 같이 적힌 ‘난 너무 슬퍼’ ‘헤어져서 아쉬워’라는 글자들이 나를 펑 터트렸어. 다 같이 부둥켜안고 울어버렸잖아. 그러면서 울지 말라고 다독여주던 너희가 귀엽기도 기특하기도 했어.

그것조차 추억이네. 아직은 이 소중한 기억들 속에 흠뻑 젖어 있는 중이야. 학교에 돌아가고 일상생활에 치이면 조금씩 옅어지겠지만, 그래도 흔적들은 계속 남아 있을 것 같아. 잊혀 지지 않을 거고 잊고 싶지도 않아. 나에게 아낌없이 줘서 너무 고마웠어. 더 주지 못해 미안했어. 너희가 보여준 진심이 너무 소중해. 평생 남을 기억을 나눠줘서 고마워. 절대 잊지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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