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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프로그램_단기] 2017년 35기 월드프렌즈 청년봉사단 인도네시아 인연팀 - 단원 정지윤
관리자 조회수:1354
2018-03-14 17:49:58

2018.1.26. 귀국을 위해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다. 몇시쯤일까 무서울 정도로 까맣고도 차갑게 물든 하늘 그 중간에 서서히 붉게 태양이 떠오른다. 많은 것과 이별하고 올라탄 비행기에서 본 밤하늘은 더욱 시렸지만 어느새 맑은 하늘을 향해 붉은 기운들이 올라오고 있었고 내 마음도 조금씩 따뜻한 하늘을 담아갔다. 다시금 손에 들린 편지를 읽어본다. 14일. 되돌아보니 어느 순간보다 짧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곳에서 첫째날의 밤. 낯선 환경속에 깜깜한 천장을 바라보며 앞으로의 일정이 걱정되고 한편으로는 시간이 빨리 가길 바라면서 잠들었다. 지금은 너무나도 돌아가고 싶은 그 때를 뒤로 한 채 마음속에 머물 그 곳을 추억한다.

인도네시아, 그들의 일상에 함께 머물면서 또 다른 일상을 경험한 곳. 나 역시도 2주동안 족자카르타에서의 모든 풍경이 일상이었다. 닭들이 울어대는 아침 7시, 이제는 세수를 하지 않은 얼굴을 마주하는 것도 어색하지 않은 인연들과 함께 체조로 아침을 맞이하고, 매끼를 같이하며 성남에서 들을 수 없었던 인연들 자신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듣고 또 말하며, 힘든 일정 속에서 인연들의 장난스럽지만 진심어린 말 한마디에 위로를 받았던 하루하루였다. 2주동안 서로가 서로에게 일상이 되었다. 이러한 것들이 익숙해지고 이제는 없으면 서운한 일상과도 같은 인연들. 이 비행기가 한국에 도착하기 무섭게 또 흩어질 인연들이기에. 일상(日常)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나의 일상에 머문 또 다른 인연인 인도네시아에서 만난 아이들. 떠나기 앞서 제일 눈에 밟혔던 우리 아이들. 오전의 노력봉사와 오후의 교육봉사 내내 옆을 지켜주며 내가 무얼하는지 호기심어린 눈짓과 몸짓으로, 그 자체로 힘이 된 아이들에게 안녕을 말해주기까지. 어쩌면 너무나도 짧은 시간이기 때문에 더 잘해주지 못한 미안함이 컸고, 그곳에서 머문 짧은 시간임에도 나의 일상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던 아이들이였기 때문에, 내 일상에 빈자리가 생길 것을 잘 알기에 작별을 말하는 건 쉽지 않았다. 마지막 수업, 여전히 같은 얼굴로 웃고 있는 아이들에게 마주보며 웃어주지 못한 날. 몰래 눈물을 훔칠 때에도 어느새 내 옆을 지켜주던 예쁜 아이들. 그리고 손에 쥐어준 편지. 한국 도착하면 아이들에게 받은 편지와 그림을 제일 먼저 자랑하고 싶어 캐리어에 넣지 않았다. 이렇게 다시보니 고맙고 미안하고 보고싶고 또 웃게되고, 그 편지에 많은 시간들을 떠올리게 되고 많은 감정들을 환기시켜준다. 언젠가 그곳에서 아이들 한명 한명의 이름을 일기에 써내려갔다. 지금은 매일 부르는 이름들이지만 어쩔 수 없이 잊혀져갈 때 다시 그 이름을 부르면 우리 아이들을 생생히 떠올릴 수 있을 것 만 같아서. 한국으로 돌아가면 늘 기억할 순 없겠지만 평생을 잊고싶지 않은 아이들과의 시간이기 때문에. 또 정말 오랜만에 나다움을 볼 수 있게 해준 나의 인연 우리 아이들에게 감사하다. 그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진정으로 웃을 수 있었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겼던 나의 일상들. 하지만 당연한건 하나도 없었다. 이제는 그리운 나날들로 자리할 지난 14일. 매일이 같은 날일지라도 이 14일의 조금은 특별한 인연들과 함께한 일상을 기록하며 귀국 후 앞으로의 일상을 새롭게 맞이한다. 일상이 나에게 무엇인가를 해주는 것이 아니고 내가 이 일상에서 무엇을 하는지, 그리고 누구와 함께하는지가 ‘나의 일상’그리고‘인생’임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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